중동에서 전쟁이 터지거나 금리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뉴스에서는 습관처럼 "안전자산인 금"을 언급한다. 그런데 정작 그 구간의 금값 차트를 실제로 확인해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최근 지수와 변동성지수(VIX)가 크게 흔들렸던 두 구간을 골라, 같은 기간 금값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직접 겹쳐봤다.



금이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이유와 이번에 확인한 기준

금이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이유는 화폐와 달리 특정 국가의 신용에 의존하지 않고, 실물 그 자체로 오랫동안 가치를 인정받아왔기 때문이다. 위기가 닥치면 투자자들이 달러나 주식보다 금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는 게 교과서적 설명이다. 이번에 확인해본 기준은 단순하다. 지수와 VIX가 크게 흔들린 구간에서 금값이 정말 반대로(혹은 같이) 움직였는지를 실제 수치로 확인하는 것이다. 중동에서 실제 전쟁이 터진 구간과, 전쟁 없이 순수하게 금리 이슈만 있었던 구간 두 곳을 비교 대상으로 골랐다.



중동 리스크 구간, 금값과 지수 변동성은 어떻게 움직였나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며 전쟁이 터지자 지수는 예상대로 흔들렸다. VIX는 3월 3일 장중 28을 넘었고, 3월 27일에는 30을 돌파해 약 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시 보도]를 보면 같은 시기 S&P500은 5주 연속 하락하며 2022년 이후 최장기 하락 기록을 세웠다. 전쟁이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할 거라 생각했는데, 확인해보니 정반대였다.

전쟁 발발 전 온스당 5,247.90달러였던 금은 한 달 만에 약 17% 폭락해 3월 26일 4,376.30달러까지 밀렸다. 원인은 전쟁 자체보다 그 여파였다 — 유가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연준의 금리인상 기대를 키우면서, 이자를 주지 않는 금의 매력이 그만큼 떨어진 것이다. 4월 8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이 2주 휴전에 합의하자 [금값은 장중 4,800달러대를 회복]했고, 같은 날 VIX도 21.04로 급락했다.



금리 불확실성 구간, 같은 안전자산 논리가 통했을까

이번엔 중동 이슈가 잠잠했던 9월 14~18일, 순수하게 FOMC 하나만 놓고 봤다. 9월 16일 연준이 기준금리를 3.75~4.00%로 0.25%포인트 인상하자(2023년 7월 이후 약 3년 만의 인상), 장중 4,365달러까지 올랐던 금은 방향을 틀어 [발표 직후 4,240달러대까지 밀렸다]. 여기까지는 "금리 인상=금 약세"라는 교과서적 흐름 그대로였다. 지수도 함께 흔들려 다우지수는 이날 631포인트(1.21%) 하락했다. 그런데 금값은 이틀 뒤인 9월 18일 4,390달러대까지 다시 올라섰다. 반등의 이유를 뜯어보면 금리 인하 기대가 아니라 유가 하락과, 예상됐던 악재를 무사히 통과했다는 안도감 쪽이었다.

구간지수·VIX금값안전자산 논리 성립?
중동 리스크(2/28~4/8)VIX 약 1년 만의 최고치(30 돌파), S&P 5주 연속 하락17% 폭락 후 휴전에 반등불성립
금리 불확실성(9/14~18)FOMC 후 지수 하락초반 하락 후 이틀 뒤 반등부분 성립(원인은 금리 외 변수)



두 구간을 나란히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금의 방향을 최종적으로 정한 건 "공포냐 아니냐"가 아니라 달러와 금리 기대치였다. 전쟁 구간에서는 금리인상 기대가 전쟁의 안전자산 효과를 눌렀고, 금리 구간에서는 실제 인상이 나온 뒤에도 다른 변수가 금을 다시 밀어올렸다. 앞으로 비슷한 변동성 구간이 오면 금값 차트만 먼저 볼 게 아니라, 그 시점의 10년물 국채 금리와 달러 인덱스를 같이 띄워놓고 판단할 계획이다. 지정학 이슈가 터졌을 때 금이 오르지 않는다고 안전자산 지위 자체를 의심하기보다는, 금리 기대가 그 흐름을 얼마나 누르고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쪽으로 시각을 옮겨볼 생각이다.